- 종족명: 푸른 항해사
- 기원: 드리어리먼트 행성
- 평균 신장: 약 2m
- 체중: 약 120kg
1. 생태
푸른 항해사는 기후 변화로 인해 행성 표면의 90%가 바다로 뒤덮인 군도 행성 드리어리먼트 출신의 연체류 종족입니다. 이들은 길게 늘어난 머리의 더듬이를 손처럼 사용하며, 지느러미가 변형된 등의 돛으로 대양을 항해합니다. 대양을 항해하기 위해서 거의 완전기억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기억력을 발달시켰습니다.
푸른빛의 아름다운 외형을 갖고 있으며, 반투명한 몸에서 늘 은은한 빛이 나기 때문에 처음 본 이들은 푸른 항해사들의 용모에 매료되곤 합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외형은 일종의 경고색 겸 보호색으로 수면 위의 천적에게는 등이 푸르기 때문에 바다와 색이 거의 비슷해서 찾기 힘들고, 수면 아래에서는 배가 하얀색이기에 물 속으로 들어오는 빛이랑 분간하기 힘들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독을 지니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이기도 하며, 이들의 독은 단 1mg만으로도 100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여 웬만한 포식자들은 이들을 공격하지도 않습니다.
이들은 독특하게도 꼬리 부분에 신경 다발이 돋아나 있는데, 이 신경 다발을 서로 연결하여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기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신경 다발을 통해서 다른 이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가 있습니다.
이들의 피는 보라색으로, 혈액 내부에 맹독이 흐르고 있어서 닿기만 해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2. 사회 및 문화
본래 이들은 상당히 호전적인 종족으로, 과거에는 영역다툼과 보복 등으로 전쟁이 일상이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로 인해서 종족 전체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이르게 되자 이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고 폭력을 철저히 금지하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이들은 평화주의자로 거듭나게 되었고, 고도로 발달된 철학과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과 불필요한 살생을 금지하는 법률 '푸른 바다의 수호'를 철저하게 지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폭력은 다른 종족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끔찍한 죄악으로 여겨지며, 이는 단순한 법률이나 관습을 넘어서서 종교적 신념에 가깝습니다.
이 규율을 극단적으로 신봉하는 이들은 심지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마저 하려고 들지 않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당연히 푸른 바다의 수호에서도 딱히 자기방어까지 금지하지는 않습니다만, 적지 않은 수의 푸른 항해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관념이 머리 속 깊숙히 박혀 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3. 역사
지금으로부터 약 수백만 년 전, 드리어리먼트 행성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였고, 이로 인해 육지의 대부분이 바다 속으로 잠기는 바람에 드리어리먼트 행성은 군도 행성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푸른 항해사 이전에 존재했던 고대의 지적종족들을 비롯한 많은 육상생물들이 멸종하게 되었습니다.
푸른 항해사의 선조인 고대 육상 연체생물을 비롯한 생존한 육상생물들은 수많은 작은 섬들에 고립된 채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고립된 군도들에 독자적으로 형성된 수없이 많은 생물권들은 진화의 가마솥이라 부를 법하죠.
육상 연체류들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로 분화되었는데, 작은 수중생물을 사냥하는 종은 물론이고, 해초를 긁어먹는 종, 철새처럼 군도와 군도 사이를 비행하는 종, 거대 해양 포식자로 진화한 종, 심지어 아예 해양 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육지로 되돌아간 종 등 상당히 다양한 종류가 드리어리먼트 행성의 표면을 뒤덮었습니다.
이들 중 지성을 발달시킨 것은 오늘날의 푸른 항해사의 선조가 되는 세 종족이었습니다. 이들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등에 지느러미가 변형된 돛을 달고 대양을 항해하는 종류였습니다. 이들은 바다를 항해하면서 길게 늘어난 머리의 더듬이를 손처럼 사용하여 바다 생물들을 잡아 먹었습니다. 이들이 멀리 항해하기 위해서는 기억력이 필수적이었기에 이들의 두뇌는 그에 맞춰 발달하여 지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성을 갖춘 이후에도 이들이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 종족은 멀리 떨어진 섬에 각각 거주했던 탓에 이들 간에는 엄청난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였으며, 끝없는 싸움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몇 세대 동안이나 해수면 위에서 무의미한 함대전을 치루었으며, 이 과정에서 유랑 용병단이나 해적들까지 발생하여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의 순환이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기를 오늘날에는 '자색 바다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런 끝없는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는 법. 생물학적으로는 가까운 관계였기에 세 종족 사이에서는 종종 통혼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윽고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러 세 종족 간의 통혼이 지속되어 완전히 하나의 종족인 '푸른 항해사'로 재탄생한 뒤에야 전쟁은 끝이 나게 됩니다.
세대에 걸친 분쟁은 너무 오랫동안 바다를 피로 더럽혔기에 이들은 다시는 바다를 피로 보라빛으로 물들이지 않고 모든 푸른 항해사들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엄격한 규율인 '푸른 바다의 수호'를 제창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모든 종류의 폭력이 드리어리먼트 행성 내에서 완전히 금지되었고, 이들은 지금까지 전쟁에 쏟아 부었던 노력을 문화의 부흥에 대신 쏟아 붓게 됩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면 좋을까, 바다 밑에 가라 앉은 고대 문명의 유산 덕분에 이들의 문명 발전은 느리지만 순탄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특히나 문화적 부분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이들은 각종 문학과 노래, 미술과 철학을 발달시켜 나갔습니다.
그런 그들이 변화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주로 진출하면서부터였습니다. 우주 바깥에는 호전적인 종족들도 적지 않았기에 푸른 바다의 수호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푸른 항해사들 중에서도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출처: 퀘이사의 지적 생명체 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