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족명: 인테그
- 기원: 대마젤란 은하 XB-303 성계
- 평균 신장: 개체에 따라 천차만별
- 체중: 개체에 따라 천차만별
'개인'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사전에서는 개인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 단체를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
개개인이나 문명권, 사상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위의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는 케이스는 아마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물학에서는 개체를 '하나의 독립된 생물체'로, 정의하고 있는데, 개인의 개념은 대부분의 문명권에서는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개체의 정의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우주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생명의 형태라고 했던가요, 이러한 개인의 개념조차 다소 이질적인 종족도 이 우주에는 존재합니다.
1. 생태
대마젤란 은하 기원의 인테그 종족은 개개인 별로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긴 합니다만, 겉보기에는 하나의 단일한 생명체처럼 보이는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한 명의 인테그'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실은 여러 명의 인테그들이 뭉쳐 형성된 군집입니다.
이들은 다형성 군체 생물의 일종으로, 하나의 개별 생명체가 아닌 여러 개체가 모여 하나의 군체를 이루는 생태를 지닌 종족입니다. 군체를 형성하는 각 개체들은 완전히 분업화 되어 있어서 오직 한 가지 기능만을 수행할 수 있게 특화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군체에서 떼어내면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 버리고 맙니다.
손의 역할을 하는 개체나 발의 역할을 하는 개체는 물론이고, 섭취를 담당하는 개체, 총괄사고를 전담하는 개체, 시각을 담당하는 개체, 심지어는 망각을 담당하는 개체까지 놀랄 만큼 체계적으로 분화되어 있으며, 군집이 크면 클수록 더더욱 역할이 세세하게 나뉘게 됩니다. 이렇게 군집을 형성하는 개체들은 개개의 자아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으나, 의외로 각각 자기 만의 자아가 존재하며 서로의 정신을 공유합니다. 개체 간의 정신을 교통정리하는 것이 상술한 총괄사고를 전담하는 개체입니다.
인테그는 난생으로 태어나는 종족으로, 갓 부화한 인테그는 단일 개체에서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인테그는 지성이란 게 거의 없이 기초적인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매우 단순한 생물입니다. 그러나 성장해가면서 출아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새로운 개체를 틔워내는 방식으로 발달해 나가며, 이런 방식으로 개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개체 간 역할이 더욱 세세해지고, 군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군집의 지성은 더더욱 고도화하고 진보합니다.
2. 사회 및 문화
인테그 사회는 공산주의와 유사한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유재산의 개념이 없으며, 모든 생산 수단을 모든 인테그들이 공유합니다. 이들은 사회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품은 당연히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고 사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진보와 번영을 제1목표로 삼습니다.
모두가 거대하고 융합된 전체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것이 인테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며, 때문에 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에서 진심으로 기쁨을 느낍니다. 때문에 이들은 다른 문명권에서 발생하는 개개인 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에 대한 것을 전혀 이해하질 못합니다.
이들이 제일 중시하는 가치는 '노동'과 '생산'으로, 근면한 자일수록 가장 우수한 이로 여겨닙니다. 반면 '나태'는 그 무엇보다 경계, 아니, 경멸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때문에 인테그 사회에서는 직업을 갖는 것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여겨지며, 정부에서는 직업이 없는 인테그에게 일자리를 주기 때문에, 인테그 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인테그는 사실상 갓 태어난 인테그 정도를 제외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생태 문단에서 말한 특성 때문에 인테그들은 군집을 형성하는 각 개체가 아닌, 군집 하나를 '개인'으로 여깁니다. 각 개인의 이름은 4음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번역해 보면 대충 '~의 ~번째 무리' 정도의 어감입니다. '바롯 자카 모라크 768'이라는 이름을 예시로 들자면, 바롯은 인테그 연방어로 무리라는 의미이며, 자카는 ~의에 해당하는 조사이고, 모라크는 '모라크 시'라는 XB-303 성계의 도시이며, 768은 768번째 무리라는 의미입니다. 즉, 정리하면 '모라크 시의 768번째 무리'라는 의미가 됩니다.
인테그 한 군집 내의 개체들이 서로 역할이 세세하게 분담되어 있듯이, 인테그 사회 내의 개개인들은 사회 내에서 맡은 역할이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정부에서 각 인테그들에게 직업을 분담해주는데, 자리가 비어 있는 곳과 각 개인의 적성평가를 기준으로 하여 배정됩니다. 인테그들은 대부분 이렇게 배정된 직업에 큰 불만을 가지기는 커녕, 대부분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이러한 생활방식 때문에 인테그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큼 눈부신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습니다만, 그 대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빈약한 수준입니다. 물론 이들도 휴식이라는 것을 취하고 오락이란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휴식이라는 것에 노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재정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책이나 영상, 데이터 같은 각종 기록매체가 정말 순수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정도로 문화적으로는 상당히 낙후되어 있습니다.
3. 역사
인테그의 선조들은 본디 늪지대에서 각종 유기물들을 여과섭식하던 단순한 군집생물들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성의 편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원시적인 생물들이었지만, 이들 중 일부가 군집을 더욱 크게 키우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군집생물들은 세월이 흘러 점차 군집을 이루는 개체들이 좀 더 세분화된 역할을 맡도록 진화하게 되었으며, 각 군집마다 자기만의 생존방식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군집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니게 되었고, 다른 군집은 마치 식물처럼 길게 뿌리를 뻗어 멀리 있는 양분을 흡입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습니다. 또 다른 군집은 단단한 갑피를 둘렀고, 또 다른 군집은 바다 위를 유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없이 많은 군집들 중에서 몇몇 군집은 다른 군집들과 뭉치는 방식을 택했고, 이렇게 뭉친 군집들은 서로 원활하게 협력하기 위해서 지성을 발달시키게 되는데, 이가 바로 인테그의 시작입니다.
지성을 발달시킨 인테그들은 다른 종족에 비하면 비교적 늦은 시기에 탄생하여 문명을 이룩하였지만, 구성원 간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하여 불과 수백 년 만에 거대한 산업도시를 건설하고 우주선을 띄울 정도로 눈부신 기술적 진보를 이룩하게 됩니다.
이들은 은하연합의 존재를 우주 진출 초기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은하연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으며, 은하연합 측에서도 그들을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후술할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XB-303 성계에 예쿱 입방체 하나가 흘러 들어왔고, 당시까지만 해도 예쿱 입방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였던 인테그들은 이를 연구하고자 자신들의 모성으로 가져오게 됩니다.
그 결과, 인테그들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대참사를 맞이하게 됩니다. 적지 않은 수의 인테그들이 입방체에게 세뇌당해 입방체의 노예가 되었고, 세뇌당하지 않은 인테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그 유명한 '인테그 내전'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통합을 중시하던 인테그들에게 있어서 동족에게 공격당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기에, 인테그들은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며,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섰지만 인테그보다 훨씬 앞서서 우주로 진출했던 예쿱의 기술력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인테그들은 은하연합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곧이어 우주경찰이 파견되어 인테그 내전의 원인이 된 입방체를 파괴하여 내전은 간신히 종결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인테그들은 생각을 바꿔 은하연합에 가입하게 됩니다.
출처: 퀘이사의 지적 생명체 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