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족명: 날아다니는 폴립
- 기원: 피아슬리 은하계
- 평균 신장: 약 2m
- 체중: 측정 불가
은하연합은 국부 은하군 내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긴 합니다만, 유일무이한 세력은 절대 아닙니다. 은하연합의 영역 바깥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은하연합과는 독자 노선을 걷는 세력들도 적지 않으며, 이들 대부분은 유감스럽게도 은하연합에 적대적인 편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들 중 대부분은 그리 위협적인 세력은 아닙니다만, 은하연합보다는 세력은 작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1. 생태
이들은 이름 그대로 공중에 떠다니는 거대한 육식성 강장생물과 같은 외형을 하고 있으며, 신체의 일부가 암흑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기파로는 관측할 수가 없고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감지되지 않고, 물체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체온이 매우 낮고 신진대사가 느린 것이 특징입니다.
사실 '날아다니는' 폴립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이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에게는 엄연히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존재하나, 육안으로는 이들의 다리를 볼 수가 없어서 마치 이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때문에 그들이 지나간 다리에는 동그라미로 찍은 것 같은 세모꼴 발자국이 남습니다.
눈처럼 보이는 기관이 달려있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시각기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신체의 일부가 암흑물질로 구성된 이상 전자기파와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들은 예민한 촉각으로 물체를 감지하며, 특히 대기의 흐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신체는 바람을 일으키는 데에 최적화 되어 있어 물체 감지용 외에도 이를 여러 방향으로 응용하곤 하는데, 강한 풍압을 발생시켜 진공칼날로 물체를 베거나, 회오리바람을 발생시키거나 대량의 공기를 몸 주변에 압축시켜 빛을 굴절시켜 클로킹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곤 한다.
2. 문화
날아다니는 폴립들은 그 올드 원과 비슷하게 은하연합보다도 훨씬 오래 전부터 존속해 왔으며, 기술적으로도 놀랍도록 진보한 종족이지만, 그들의 문화는 다른 종족들이 보았을 때에는 극단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극단적일 정도로 자존심이 강하고 변화보다는 전통을 중시하기에 여전히 씨족과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더럽히기라도 한다면 피를 봐서라도 보복하려고 듭니다.
특히 이들은 원한은 무슨 수를 써서든,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얼마나 사소한 원한이든 반드시 기억하며, 갚아야 하는 원한을 일일히 기록하며 후손이 얼굴도 본 적 없는 머나먼 선조를 위해 복수를 감행하는 일은 날아다니는 폴립들 사이에선 결코 드문 일이 아닙니다. 또한 명예살인이 일상화 되어 있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 여겨지는 가문의 구성원이 자신의 가족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도 흔한 편입니다.
3. 역사
날아다니는 폴립 종족의 역사는 피아슬리 은하계에서 시작됩니다. 특유의 전통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기술의 발전이 느렸지만, 피아슬리 은하계의 다른 종족들에 비해 이른 시기에 문명이 개화했던 덕에 이들은 다른 종족들보다 우위에 서서 피아슬리 은하계의 지배자 위치에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피아슬리 은하계를 정복한 그들은 외부 은하들로 진출하기 위해 당시 국부 은하군에서 크게 번성 중이었던 고대 올드 원 제국에게 전쟁을 선포하였으나, 국력의 차이가 막대했던 탓에 전쟁은 날아다니는 폴립 측의 패배로 끝이 나고 만다.
패전한 폴립들은 올드 원들의 영역을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체결하게 되었지만, 이걸로 그들이 외부 은하들로 진출하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대신 당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던 초은하 이스 쪽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초은하 이스의 지배자였던 이스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였고, 10만 년 간 이어진 전쟁 끝에 또다시 패배하고 피아슬리 은하계 전체가 이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됩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패배한 것도 모자라 굴욕적인 신세로 전락하게 된 날아다니는 폴립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습니다.
그들은 이스의 지배 하에 있는 동안 기나 긴 시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고대 올드 원 제국이 몰락한 뒤에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다고 여긴 그들은 대규모 봉기를 일으켜 수많은 이스인들을 학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스인들이 그들의 은하계 째로 주머니 우주로 이주하게 되면서 그들의 봉기는 허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복수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게 되자 폴립들은 분노에 땅바닥을 굴렀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단 걸 이미 알고 있던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복수는 끝마치지 못하였지만, 이스도, 올드 원도 사라진 국부 은하군에서 그들을 가로막을 세력 같은 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때가 바로 날아다니는 폴립들의 최전성기였습니다. 이때 폴립들이 세운 제국을 피아슬리 제2제국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주변 은하계들을 정복해 나가면서 파죽지세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이에 국부 은하군 내부의 성간 문명들은 이들의 행보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피아슬리 제2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을 결성하게 되니, 이가 바로 은하연합의 전신이 되는 성간연맹의 시작이었습니다.
제아무리 강력한 피아슬리 제국이라고 할지라도 여러 성간 문명들이 뭉쳐 결성된 성간연맹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결국 폴립들은 성간연맹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평화 조약의 내용은 성간연맹 측에서는 결코 피아슬리 제국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되, 피아슬리 측 또한 성간연맹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형식상으로는 이 조약 자체는 파기되지 않고는 있으나, 피아슬리 측은 조약을 체결하고 나서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하연합 측에 국지적인 도발을 시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단 형식적으론 조약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는 있으나, 그토록 원한을 갚는 것을 중요시하는 이들이 '굴욕적인' 조약을 진심으로 받아 들일지는...
출처: 퀘이사의 지적 생명체 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