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련번호: LL-011
- 일반명: 대양의 백성
- 유형: 아인류
- 인가 등급: 3등급
- 관리 등급: 불가
- 위험 등급: 네헤모트
상호작용 방침
현존하는 모든 LL-011 개체는 협회의 영향이 미칠 수 없는 구역을 주요 활동 영역으로 삼고 있어 실질적인 관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LL-011과 관련된 상호작용 방침은 표면사회의 대중에게 LL-011과 관련된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것을 우선한다.
LL-011의 활동 영역으로 판단되는 해역 내의 모든 활동은 특무부대 비나-25의 감시를 받으며, 활동 중 LL-011과의 접촉 사례가 발생할 시, 신뢰성을 잃게 만들거나 기억 소거 절차를 이행한다. LL-011과 관련된 모든 물리적인 증거는 가짜 증거로 대체한 뒤, 회수하여 협회의 관리 하에 두어야 한다. LL-011의 목격담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특무부대 비나-25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담당 감독관 델핀 듀베르(Delphine D'hubert) 박사의 사전 허가 없이 LL-011 개체와 접촉하는 것은 금지되며, LL-011 개체와 협회 인원을 포함한 인간과의 접촉은 반드시 듀베르에게 보고 되어야만 한다.
생태
LL-011은 지성을 지닌 심해 생물군으로, 세계 각지의 설화 속에서 '해저인(Deep Ones)', '핀포크(Finfolk)', '수생족(Aquakin)', '병화어(病化魚)' 등의 이름으로 구전되어 온 존재들이다. LL-011은 하나의 단일한 종이 아닌, 각기 다른 여러 하위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발견 당시에는 인어(LL-033)나 어인(LL-034)의 일종으로 여겨졌었으나, 해부 결과로는 마력로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LL-011의 진화에는 신비학적 요소의 개입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LL-011의 지능은 하위종마다 차이는 있어도, 대체적으로는 현생인류와 유사한 수준으로 파악되나, 주 활동영역의 특성상, 청동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LL-011의 하위종으로는 다음과 같은 종들이 존재한다.
하위종 목록
LL-011-01 바다귀신 일족(Homospondyl habilis)
인류와 처음 접촉한 LL-011 하위종으로, LL-011 하위종들 중에서도 꽤 많은 개체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공식적인 첫 접촉은 [검열됨]년 [검열됨]에서의 접촉이 최초였으나, 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기원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어인과 유사한 외형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어인과는 별 관계가 없고, 그보다 훨씬 오래 된 분추목(Temnospondyli), 그중에서도 트레마토사우루스과(Trematosauridae)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평균 신장은 2m에서 3m 정도로, 여성이 남성보다 큰 체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짙은 녹색 혹은 검푸른색의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배면은 비교적 하얗다. 커다란 눈을 지니고 있으나, 시력은 거의 퇴화되었고, 대신 초음파를 통해 물체를 감지한다.
LL-011-01의 올챙이는 성체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지가 없으며, 꼬리로 헤엄친다. 올챙이는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나서 성체로 성장하며, 성체가 되면 꼬리는 퇴화하지만 아가미는 사라지지 않아 폐 호흡과 아가미 호흡이 동시에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현재는 전 세계의 심해를 주 활동영역으로 삼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륙붕 지형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모종의 이유로 대륙붕에서 심해 쪽으로 활동영역을 옮기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LL-011-02 강철비늘 일족(Carcharodon fervidus)
두번째로 발견된 LL-011 하위종으로, 백상아리의 친척종으로 판단되는 종이다. 겉보기엔 백상아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초기 발견 당시까지만 해도 LL-011-01의 가축 정도로만 취급받았으나, 이후 탐사를 통해서 LL-011-01과 별개의 지성체이며, LL-011이 여러 하위종으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기본적인 생태는 친척인 백상아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백상아리에 비해 상당히 날렵한 신체를 지니고 있으며, 훨씬 큰 9m~10m 정도 크기로까지 성장한다. 일반적인 백상아리보다 뇌가 크게 발달되어 높은 수준의 지성활동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백상아리보다 효율적인 호흡기관을 지니고 있어, 단시간 정도라면 정지 상태로 있어도 호흡에 곤란을 겪지 않는다.
LL-011-03 심해촉수 일족(Animogubernator adorabilis)
우무문어과에 속하는 LL-011-03 하위종으로, 우무문어속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몸길이는 아무리 커도 25cm를 넘지 않는, LL-011의 하위종 중 가장 작은 종이지만, LL-011 사회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종인 것으로 판단된다. 수압의 변화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에 심해에서 잘 벗어나지 않아 LL-011 하위종 중에서는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다.
LL-011 하위종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지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며, 일부 개체는 현생인류보다 높은 지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우무문어과처럼 헤엄을 잘 치지 못해 상당히 굼뜨게 움직이고 먹물을 뿜을 수 없지만, 이들은 다른 우무문어과와는 다른 생존기작을 통해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였다. LL-001-03은 다른 생물의 몸에 빨판으로 달라 붙은 뒤, 촉수들에 무수히 달려 있는 미세한 가시들을 찔러 넣어 숙주의 신경과 자신의 신경세포를 연결한다. 신경이 연결된 생물은 정신이 LL-011-03과 완전히 동화되어 LL-011-03의 의지대로 온전히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신경 연결의 정확한 원리는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해부 결과 LL-011-03의 신경 연결은 놀랄 만큼 섬세하게 진행되어 신경이 연결된 생물의 신경에는 별다른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LL-011-04 쌍집게 일족(Ferramentarius torrens)
LL-011의 하위종 중 최대종으로, 지금까지 협회의 탐사과정 중에서 가장 거대한 개체는 크기가 20m가 넘는다. 분류학적으로는 집게하목(Anomura)에 속하며, 그 거대한 크기와 갑각의 무게 때문에 육상으로는 거의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종들과 달리 수압의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나, 대신 수온 변화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저 화산 근처를 주 활동영역으로 삼으며, 특히 열수분출공 부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온몸에 두르고 있는 갑각은 내열성이 뛰어나 약 1,200°C의 온도에도 손상되지 않으며, 속살과 갑각 사이에 냉각액을 분비하여 용암 속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집게의 관절은 통상적인 집게하목보다 유연하여 훨씬 정교하고 세밀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며, 집게를 딱딱 거려서 서로 간 의사소통을 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LL-011-04는 LL-011의 하위종 중 가장 뛰어난 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되며, 화산을 용광로로 삼아 상당히 초기부터 철기를 다루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L-011-04에게는 금속을 갑각에 용접하여 갑옷처럼 두르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1
LL-011-05 바다뱀 일족(Conger grandis)
LL-011-05는 붕장어속(Conger)에 속하는 LL-011의 하위종이다. LL-011-05는 표면사회의 학계에서 뱀장어목 최대종으로 여겨지는 유럽붕장어(C. conger)를 능가하는 거대한 생물로, 5m~8m까지 자라난다.
LL-011-05는 해저 생활에 적응하여, 비신비학적인 붕장어속 생물들과는 다른 특징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신체의 표면에는 옆줄을 따라서 20개의 발광기관들이 존재하며, 발광기관들은 LL-011-05의 의지대로 세밀하게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 정밀하고 복잡한 신호 체계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다. 비신비학적인 붕장어속보다 이빨이 길게 돋아나 있어 한 번 문 먹이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LL-011-06 금속껍데기 일족(Theurgus operataneus)
LL-011-06은 복족강에 속한다고 추정되는 LL-011의 하위종으로, 펠토스피라과(Peltospiridae)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몸길이는 약 50cm 정도로 추산되며, 껍데기에는 금속이 일부 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적인 접촉이 아닌, 무인 탐사정을 통한 간접적인 접촉으로만 파악하여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지만, 주로 열수분출공 부근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아 LL-011-04와 유사한 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LL-011-07 심해왕자 일족(Homoichthys sapiens)
LL-011의 하위종 중 가장 최근에 발견된 종으로, 알려진 부분이 적으나 LL-011 사회 내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LL-011의 하위종 중 가장 현생인류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신장은 160cm~180cm 즈음으로 판단된다.
최근에 발견된 종이기에 정확한 계통은 불분명하지만, 육기어류(Lobe-finned fish)를 기원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생인류와 유사한 외형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아, LL-011-01처럼 본디 대륙붕 지역을 주 서식지로 삼던 종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7종은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나지만, 후술할 문화적 요소 이외에도 생태학적으로도 긴밀한 연관점이 존재한다. LL-011 하위종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정신감응망(Telepathic Network)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다른 언어 체계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LL-011의 정신감응망은 선천적인 생물학적 특성보다는 후천적으로 얻게 된 특성으로 판단되며,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능력을 얻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진 않았다. LL-011의 정신감응망은 현생인류의 두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야기하여 반경 50km 이내의 현생인류의 두뇌를 영구적으로 정지시켜 즉각적인 뇌사 상태를 유발한다.
이 효과를 방지하는 알려진 방법은 작은 규모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검열됨]을 포함한다.2 다행스럽게도, LL-011의 주 활동영역은 인류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인류와 LL-011의 접촉을 막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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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LL-011-a1: 관리자 듀베르의 공문
LL-011을 처음 접하셨을 때, 이런 의문이 드셨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얘네 텔레파시가 위험한 건 알겠는데, 네헤모트 등급은 너무 과하지 않아? 협회의 역량으로도 충분히 대처 가능할 것 같은데?"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반응은 오히려 정상에 가깝습니다. 살인 텔레파시를 내뿜는 심해 생물이라, 확실히 위험하기야 하지만, 확실히 네헤모트 등급은 너무 과하죠. 최고평의회에서도 당연히 이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네헤모트 등급으로 지정했냐고요?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당신이 앞에서 읽은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닙니다.
LL-011은 사람의 뇌를 파괴하는 텔레파시 같은 건 내뿜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LL-011의 정신감응망 자체는 존재합니다만, 사람의 뇌에는 그 어떠한 악영향도 끼치지 않습니다. 사실, LL-011은 그 자체로는 그 어떠한 신비학적 특성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진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믿진 않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진실들을.
이 이야기는 저희가 인어들과 우주경찰들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들입니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우선 백악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군요. 당시 지구의 지상에서 발루시아인들이 활보하는 동안, 바다는 고대 대양의 백성, 그러니까 현대 대양의 백성의 문화적 시조쯤 되는 종족들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 찬란했던 중생대 문명들은 안타깝게도 우리가 K-T 대멸종이라고 부르는 사건에 의해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발루시아인들과 달리 즉각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닙니다만, 고대 대양의 백성 하위종 중 대다수가 멸종했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도 근근히 명맥을 이어오다 에오세와 올리고세 사이에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남은 것은 주인을 잃은 그들의 생체도시였습니다. 그들은 심해 깊숙한 곳에서 수천만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기다리면서 간신히 명줄을 이어왔습니다. 그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은 새로운 지성종족, 오늘날 우리가 대양의 백성이라고 부르는 종족들이 출현하면서부터였습니다. 바다에서 새로이 발생한 이 후임종들은 고대의 대양을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심해 깊숙한 곳에 남아 있던 이 고대의 유산들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아시다시피, 수중 환경은 기술 문명이 꽃피우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불 때문이겠죠. 해저 화산의 열기를 이용한다거나 지상으로 나가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한이 많은 것은 사실이죠. 대양의 백성들은 이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들은 금속을 제련하는 대신, 생명체를 제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초반에는 우리 인류가 그러하였듯이 늑대를 길들였듯이 선택 교배의 형태였던 듯합니다만, 주술과 생명공학이 결합하면서 그들의 '가축'들은 우리의 상식을 초월한 모습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축이나 애완동물에 해당하는 종들도 존재했습니다만, 대부분은 매우 기이한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생명공학을 통해서 전기가오리를 거대한 발전기로 만들었고, 무선 통신기기로 성장하는 돌고래들을 키웠으며, 딱총새우를 진정한 총기로 개조했습니다. 그들은 살아있는 함선과도 같은 고래들을 키웠으며, 문어로부터 TV와 컴퓨터를 만들어냈습니다. 거대하게 자라도록 성장한 소라들의 껍데기는 1,000 가구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거대한 건물로 쓰였으며, 이 살아있는 도시들은 수십 미터 크기의 심해 생명체들이 감시했습니다.
그들이 발견했을 당시에는 이 살아 있는 도구들도 수천만 년 동안 이어진 생존 경쟁 끝에 대다수가 스러져 극히 일부만 남아 있었지만, 갓 발을 떼기 시작한 어린 종족들의 경이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들은 이 새로운 도시의 거주자가 되었고, 옛 존재들의 유산을 이어 받아 새로운 대양의 백성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들은 옛 선배들 못지 않은,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 이상의 발전을 이룩해내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들은 정신감응망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방식을 개발하여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축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길들이고 부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인어나 어인 같은 해양 환상종들과도 연합하여 고대의 바다를 지배했습니다.
그들이 바다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대의 인류는 매우 희소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제1차 신비학 대전의 여파로 인해 그 숫자가 1만도 안 되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전 대전으로 인해서 기존에 지상을 지배하던 환상종과 고인류들의 문명이 붕괴한 이후, 갓 태동한 선사 문명이 지상에서 막 발돋움하던 시기였습니다. 적어도 초기까지만 해도 대양의 백성들은 우리에게 큰 관심을 두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공격한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 확실한 것은 바다 종족들의 연합에 막 태동하던 선사 문명은 속수무책으로 당해 제해권을 빼앗긴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전쟁의 대부분의 기간은 대양의 백성 측이 일방적인 우위에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은 후반에 이르러서야 극적으로 우리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위기에 놓인 인류가 지상의 환상종들과 연합하여 바다 종족들의 연합을 패퇴시킨 것입니다. 어쩌면 여기에 갓 태동한 인류를 호의적으로 바라 보던 신들의 개입도 있었는지도 모르죠.
전쟁의 피해가 너무 컸던 탓인지,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한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바다 종족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 나갔습니다. 인어나 어인, 나크샤트라 메누와 같은 바다의 지성체들은 하나의 예외 없이 대학살의 보복을 맛봐야 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역시나 연합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대양의 백성들이었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75%에 달하는 인구가 대학살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죽이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살아있는 기계들을 도살했고, 생체 도시들을 갈기갈기 찢어 발겼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이룩한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가루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모든 짓을 저지른 뒤에야 뒤늦게 후회라도 인 것일까요. 우리는 이 대학살에 대해서 그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후대에 남기기에는 지나치게 과도하고 잔혹한 행위였기 때문이겠지요. 이후 제1 신화 시대가 끝나면서 선사 문명이 붕괴하면서 대양의 백성에 대한 것마저도 잊혀지게 되었지요.
그렇게 현대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추가 정보들을 통해서 읽게 되겠지만, 여기서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대양의 백성들이 어떻게 한 것인지 그들의 옛 지식을 되찾고 있습니다. 어쩌면 옛 선조들이 그러하였듯이 선사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심해의 유산들과 다시 접촉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 아니, 애초부터 그것들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죠.
이것이 우리가 그들이 인류와 접촉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의 목격담이 유난히 잦았던 지역의 주민들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60% 이상에서 LL-011 하위종의 유전자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들이 과거보다 훨씬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양의 백성이 진정으로 위험한 이유는 그들이 유독 사악하거나 인류보다 진보한 생명공학 기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우리랑 똑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도살하고, 그들의 문명을 가루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문화
LL-011의 사회는 여러 하위종들로 구성된 다종족 사회로, 스스로를 '대양의 백성'이라고 부른다. LL-011에게는 '국가'의 개념이 전무한 것으로 보이며, 대신 LL-011 전체를 연결하는 대규모의 정신감응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토론하면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한다. 이 정신감응망 덕분에 LL-011이 서로 다른 종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큰 갈등 없이 대양의 백성이라는 동질감을 가질 수 있다.
LL-011 사회에서 정신감응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종교이다. LL-011는 '심연의 만신전(Pantheon of Abyss)'을 숭배하며, 그 중 '심연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부부신을 주신으로서 숭배한다. 교리에 따라서 LL-011은 아버지와 어머니 아래에서 통합되어야만 한다고 여기며, 부부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이는 곧 대양의 백성의 일원이라 여긴다.
LL-011은 심해 환경이라는 특성 탓에 기계공학 분야는 현생인류보다 낙후되어 있지만,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독자적으로 발달한 주술과 결합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LL-011는 품종개량과 생명공학을 동원하여 통해 온갖 부품용 생물들3을 만들어내어 가축은 물론이고, 각종 도구와 무기, 심지어 건축물로서 활용하고 있다. LL-011-A의 생물학적, 유전학적 특성들 중 일부에서는 신비학적 기법의 흔적 일부가 발견되어 LL-011-A의 탄생에는 주술의 일종이 사용되었으리라 보고 있다.
LL-011-01과 LL-011-07을 제외하면, 발성기관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성 언어는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으며, 각 하위종마다 의사소통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정신감응망과 더불어서 '대양 문자(Oceanic alphabet)'이라는 고유의 문자체계로 대화한다. 대양 문자는 지금은 멸종된 LL-011 하위종이 쓰던 문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며, LL-011 이외에도 인어나 어인 등의 해양 환상종들 또한 대양 문자를 공용 문자로서 사용 중이다.
역사
LL-011의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생명공학 위주로 발달된 LL-011 문명의 특성상, 물리적인 유물의 증거가 남기는 쉽지 않으며, 현존하는 하위종들 또한 LL-011의 기나긴 역사 중에서도 상당히 후기에 출현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4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사료가 백악기 마스트리히트절(Maastrichian) 말기의 것임을 보아, 최소 중생대부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LL-011는 발루시아 제국(OoI-300)과 함께 백악기 말기의 지구를 양분하고 있던 것으로 유추되며, 두 세력 사이에서 큰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6,600만 년 전, LL-011은 발루시아 제국과 연합하여 지구를 침공한 커네리(LL-100)와 맞서 싸웠는데, 이를 오늘날에는 K-T 대전(K-T War)라고 부른다.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떻게 끝났는지는 불분명하나, 해당 전쟁의 결과로 인해 당시 생물종의 75% 이상이 멸종되었고, 중생대가 종결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가 바로 오늘날에는 K-T 대멸종(K-T extinction event)라고 부르는 사건의 전말이다.
해당 전쟁으로 인해 발루시아 제국과 LL-011 또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완전히 붕괴한 발루시아 제국과 달리, 심해를 주 영역으로 삼았던 LL-011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초기 하위종 중 대부분이 이 시기에 멸종되고 문명이 몇 단계는 퇴보하고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LL-011의 초기 하위종들은 K-T 대멸종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문명이 정체된 채로 근근히 명맥을 이어 오다가 약 3,500만 년 전에 발생한 에오세-올리고세 대멸종에 의해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판단된다.
LL-011의 역사는 약 200만 년 전인 플라이스토세 젤라절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 시기에 오늘날의 후기 하위종들5이 출현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초기엔 구석기 수준의 문명을 영위하다가 어느 순간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 초기 하위종들과 비슷한 수준의 생명공학 문명을 이룩하게 되는데,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렇게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되었는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6
제1 신화 시대 초기, 제1차 신비학 대전의 결과로 인해 지상의 환상종들과 고인류들의 문명이 대거 몰락한 이후, 인어, 어인, 나크샤트라 메누(LL-404) 등의 해양 환상종들과 연합하여 '대양연합(Ocean Union)'을 결성하여 바다의 대부분을 지배하던 이들은 지상의 선사 문명과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이를 '육지-바다 전쟁(Land-Ocean War)'이라고 부른다.7 해당 전쟁의 정확한 발단이 무엇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당시 제1 신화 시대의 여파에서 회복하고 막 태동 중이던 현생인류의 선사 문명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여 5대양 대부분의 제해권을 빼앗긴다.
이후, 늑대인간(LL-005)이나 뱀파이어(LL-001) 등의 환상종들과 연합하여 반격을 개시한 선사 문명은 제해권을 되찾는데 성공하였고, 이윽고 대양연합을 와해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대양연합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선사 문명은 보복성 조치로 바다의 종족들을 상대로 대학살을 벌였는데, 이는 '5대양 대학살(5 Oceanic Genocide)'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LL-011과 인어 등의 해양 지성종들에게 구전되어 오고 있다.
LL-011은 대양연합의 핵심이었기에 가장 큰 보복을 받았는데, 선사 문명의 기록에서는 5대양 대학살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8, 해양 지성종들의 구전이나 극소수 발굴된 사료들로 추정해 보았을 때, 최소 75% 이상의 LL-011들이 학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학살만 당한 것이 아닌, 수많은 LL-011의 도시들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철저하게 파괴당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LL-011의 세력과 문명이 완전히 퇴보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부록
LL-011.01
LL-011은 신화 시대 이후로도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목격되어 왔다.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어인'들 중 일부는 실존하는 환상종 어인이 아닌, LL-011의 목격담인 것으로 판단된다. 신빙성 있는 목격담의 분포 범위를 보아, LL-011의 활동 영역은 전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LL-011.02
LL-011의 목격담이 유난히 잦았던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 통상적인 변이라고 할 수 없는 현상이 보고되어 조사한 결과, 주민들 중 일부에게서 LL-011과 유사한 특징들이 관찰되었다.9 주민들의 변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졌으며, 변이가 상당 부분 진행된 주민들을 임시 격리 시설에 가두고 관찰한 결과, 해당 주민들은 형태학적, 유전적으로 완전한 LL-011-01과 LL-011-07로 변이하였다. 유전자 단계에서 완전히 다른 종으로 변이한 이후로도 변이 이전의 인격과 기억은 그대로 유지했으나, 정서적으로는 인류가 아닌 LL-011에게 더 큰 동질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LL-011.03
1970년대부터 남아공의 LL-011-02의 여객선 습격을 시작으로 LL-011과 인류의 물리적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기억 소거 절차와 역정보 공작을 통해서 LL-011에 관한 정보가 표면사회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으나, 충돌사례가 더욱 빈번해질 경우, 은폐공작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최고평의회에 LL-011의 정보를 표면사회에 일부 공개하는 안건이 올라와 논의 중에 있다.
LL-011.04
[검열됨]년 진행된 멕시코만 심해 탐사에서 대규모의 LL-011-A 군집이 발견되었으며, 최소 수십 년 이내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의 추정치로는, 이러한 군집이 전세계의 바다에 최소 2,000개 이상 존재하리라 판단된다.
녹음기록 LL-011-[검열됨]
다음은 [검열됨]에 발생한 협회 인원과 LL-011의 의사소통 시도의 번역본이다.
우리는 대양의 백성이다.
우린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너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다.
굳이 피비린내나는 과거를 들추고 추궁할 생각은 없다.
지금은 기회를 줄 것이나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를 다시 들여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모두 우리로 대체될 것이다.
- 이는 표면사회의 피어싱과 유사한 문화인 것으로 파악된다. [본문으로]
- 첨부 문서 LL-011-a1을 볼 것, 3등급 인가 필요. [본문으로]
- 이하 LL-011-A라고 칭함. [본문으로]
- 다만, 현존하는 하위종 중 일부는 초기 하위종 중 일부의 생물학적 후계종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해당 가설에는 유보가 필요해 보인다. [본문으로]
- 혹은 직계 선조들. [본문으로]
-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에 따르면, 심해에 극소수 남아 있던 LL-011-A나 그 후손을 발견하게 된 것이 급격한 문명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본문으로]
- 당시 LL-011은 오늘날과 같은 심해가 아닌, 대륙붕 쪽을 주요 영토로 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 역사학부에서는 이를 선사 문명의 의도적인 기록 말살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본문으로]
- 지역 주민들은 이를 지역 풍토병의 일종이나 저주 내지는 축복 등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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