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족명: 드치지
- 기원: 엘리시아 성운 크러우즈 성계 제6행성의 3번째 위성 램리 88
- 평균 신장: 약 3m
- 체중: 약 100kg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파충류형 생물군이 생태계의 우위를 차지하였을 때, 진화를 거듭하면서 몸집이 비약적으로 거대해지는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공룡화'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의 '공룡', 노르스카의 '쿠아토라', 드레고흐의 '드래고렉스', 믹란 87D의 '자우시아' 등은 각각 생물학적으로 별다른 연관성도 없고 살아 온 환경도 완전히 다른 종들입니다만, 그 형태는 놀랄 만큼 유사합니다. 이들의 조상들은 원래는 각각 완전히 다른 형태였음에도 점차 공룡 같은 형태로 수렴진화한 것이죠. 그래서 주류 학설은 아닙니다만, 누군가는 이러한 외형이 파충류형 생물군에게 있어선 가장 생존에 유리한 일종의 최종형태가 아닌가하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룡화 현상을 일으킨 생물군들은 우주에서 쉽게 찾아 볼 수는 있습니다만,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물군 중에서 지적 생명체가 진화한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흔히들 뱀 인류나 드라코닉스 같은 파충류형 종족들을 이러한 공룡화 생물군들에서 진화한 종족들로 오해하는 경우가 잦습니다만, 같은 파충류이기는 해도 이들은 엄연히 이러한 생물들과는 별개의 진화과정을 거친 종족들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은 '파충인류'이지 '공룡인류'는 아닌 것이죠.
물론 우주는 넓고 광활하기 때문에 언제나 예외란 게 존재하는 법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생물군에서 진화한 공룡인간들도 존재합니다. 드치지가 바로 그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1. 생태
크러우즈 성계의 거대 가스 행성의 3번째 위성인 램리 88의 고유의 거대 생물군이었던 '갤럭사우르'의 한 종류인 이 종족은 램리 88 정글의 소형 포식자들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쥬라기 공원'의 벨로키랍토르와 유사한 머리와 비늘이 변화한 아름다운 다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 종족입니다.
이들이 탄생하였을 때 이들을 제외한 갤럭사우르들은 오래 전에 절멸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들은 램리 88 생태계의 실질적인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깃털 덕분에 단거리 활공이 가능하며, 놀랄 만큼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또한 강철로도 상처를 입힐 수가 없을 정도로 가죽이 매우 튼튼하여 대형 포식자가 없는 램리 88에서 이들을 상처 입힐 수 있는 생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명은 1000년이 넘고 노화가 굉장히 늦어서 죽기 전까지는 신체의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알 상태에서도 외부에서 들은 것들을 기억하고 지식으로서 습득할 수가 있기 때문에 매우 굉장히 똑똑해서 처음 본 물건의 용도를 금새 이해할 수가 있으며,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일지라도 금방 습득할 수 있습니다.
2. 문화
드치지들은 고운 황금 망사로 지은 옷을 입고 다니며, 자연적으로 발생한 상온 초전도체 화합물들이 잔뜩 매장된 부유도들에 거주합니다. 이 부유도들에는 드치지들이 발톱으로 파낸 벌집과도 같은 터널들이 있으며, 각종 예술작품들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육식성 생물로부터 진화한 종족은 어느 정도는 경쟁 의식을 갖기 마련입니다만, 이들은 드물게도 경쟁 의식이란 게 없다시피 하고 놀랄 만큼 온후하고 이성을 중시합니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 간의 우열을 가르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를 못하며, 국가 같은 공동체를 만든다는 개념도 이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것입니다. 심지어 상업 활동마저 발달하질 못해서 그저 가게에 물품을 설명서와 함께 만들어 두면 자기에 필요한 것을 가져가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이들의 문명 수준은 솔직히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만, 그 대신 예술과 건축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의 터널들 안은 도시라기보다는 마치 거대한 박물관과도 같으며, 터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섬세한 건축물들로 들어차 있습니다. 처음으로 외부에서 공식적으로 램리 88를 방문했던 탐사대의 일원이었던 르-보아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예술작품들과 건축물들을 보아 왔지만, 드치지들만큼 뛰어난 예술가들은 보지 못했다. 이들의 터널들은 그 어떤 종족에도 꿀리지 않을 만큼 뛰어난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터널의 중심부에는 알들을 모아 놓은 둥지 겸 학교가 존재하는데, 알들이 부화할 때까지 보살피는 '교사'들은 알들에게 온갖 지식들을 교육하며 이 때문에 드치지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한 명의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다른 종족들과 같은 사회화를 위한 교육 과정이 불필요합니다.
3. 역사
램리 88의 정글에서 기원한 드치지들이 갓 진화했을 무렵에는 다른 갤럭사우르 친척들은 이미 오래 전에 멸종한 뒤였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과 경쟁할 대형 포식자가 없는 행성에서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과 높은 지성 및 적수가 거의 없는 강인한 육체 덕분에 이들은 투쟁 의식이 퇴보해 버렸고, 1억 년 동안이나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 반대급부로 문명의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강인한 육체 높은 지성, 천적이 없는 환경 때문에 이들은 기술이나 고도화된 사회 제도를 갖출 필요성을 느끼질 못하였고, 그 대신 지성을 지닌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창작 활동에만 열의를 쏟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드치지의 문명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만 년 전, 램리 88에 우주선 하나가 추락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지금은 멸망한 '라크-아 제국'의 우주선이 크러우즈 성계를 지나가던 중, 지자기 폭풍에 휘말려 램리 88에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우주선의 승무원들은 전원 사망하고 맙니다. 우주선의 승무원들과 그 유족에게는 비극적인 사건이었겠지만, 드치지들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기계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목격한 드치지들은 호기심을 느끼고 기계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 들었고, 그들은 그것이 금세 별들 사이를 항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철의 배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를 본 드치지들은 자신들이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곧 자신들도 그들과 같이 별들 사이를 여행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그렇게 이들은 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문명을 발전시키기로 마음 먹고, 지금껏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기술 발전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다행히도 램리 88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상온 초전도체 화합물들이 잔뜩 매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기술 발전은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주로 나아간 이들은 은하연합에 가입하게 되었고, 성간 문명 중 하나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출처: 퀘이사의 지적 생명체 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