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족명: 커네리
- 기원: 태양계 제4행성 화성
- 평균 신장: 약 5m
- 체중: 150kg
1. 생태
커네리는 화성에서 기원한 연체류 타입의 종족으로, 25개나 되는 촉수를 지니고 있으며, 피부색은 갈색이나 창백한 회색에 가깝습니다.
성의 구분이 없는 단성 종족으로, 알에서 태어납니다. 한 번에 약 5~6개 정도를 낳으며, 부화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1달 정도입니다. 갓 부화했을 때에는 5cm 정도로 꽤 작지만 성장 속도가 꽤 빨라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약 5년 정도 밖에 안 걸립니다.
몸통 부분은 100cm 정도이며, 촉수를 펴면 5m가 넘습니다. 화성을 떠난 이후로는 무중력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근력이 약해져서 신체적으로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텔레파시와 뛰어난 마법 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는 건 별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평균 수명이 600년에 달하며, 470살 정도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서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기 시작하고, 임종을 맞이하면 몸이 급격히 부패해서 거의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다시피 합니다.
이들은 뇌와 심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관을 지니고 있는데, 이 기관은 몸통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적인 기관으로, 이 기관에서 뻗어 나온 더듬이가 4개의 노란 눈 바로 위에서 바로 신체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는데, 이게 텔레파시를 수신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흡혈 종족으로, 입에서 뾰족한 혀를 혈관에 찔러 넣어서 그 피를 빨아 먹습니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무균 환경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면역 체계가 극도로 퇴화하여 사소한 감기 바이러스조차도 이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으며, 외부 환경 변화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2. 사회 및 문화
커네리의 문명 수준은 객관적으로는 충분히 고등한 수준이긴 합니다만, 수천만 년 가까이 정체된 상태입니다. 과거 화성이 황폐화한 이후,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세대 우주선으로 거처를 옮겼고, 당장의 생존이 급급했던 나머지 기술의 발전에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은 커녕 당장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유지보수하는 것조차 벅찼던 탓에 지금과 같은 정체된 사회로 정착하게 된 겁니다.
일례로, 이들의 주력 병기인 '트라이포드'는 본래 갓 세대 우주선이 항해를 시작했던 수천만 년 전만 하더라도 주력 병기는 커녕 진즉에 퇴물로 취급받던 물건이었으나, 수천만 년 동안이나 기술의 발전이 정체된 탓에 현재는 커네리 군대의 최대 전력 중 하나로서 취급받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야 트라이포드의 차세대 병기 개발이 시동을 건 상황입니다.
이들은 화성을 떠나기 이전부터 개인의 목숨에 별다른 가치를 두지 않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세대 우주선에 오른 뒤로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 전체주의 사상이 더더욱 극심해졌습니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개개인을 지칭하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들 외의 외부 존재에 관해서는 상당히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디 광기와 무정부 상태로 빠지기 쉬운 세대 우주선 환경 특성 상 질서를 엄격히 유지하기 위한 신조였지만, 본래는 새로 정착할 행성을 찾기 위한 임시 거처에 불과했던 세대 우주선 생활이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커네리들의 육체 자체가 점차 무중력 환경에 맞게 진화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세대 우주선 바깥으로 나갈 이유가 줄어들면서 일종의 도그마가 되어 그들을 배타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2.1. 세대 우주선 '화성-2'
'화성-2'는 현재 커네리들의 유일한 거주지로, 과거 커네리들이 황폐화한 모성을 떠나갈 때에 건조된 거대한 세대 우주선들입니다. 소행성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이 거대한 우주선들은 본디 커네리들이 새로 정착할 곳을 찾기 전에 임시 거처로서 마련한 곳이었으나, 그들의 예상보다 항해가 길어져서 커네리라는 종 자체가 무중력 공간에 특화된 종이 되면서 그들의 새로운 생활 거처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화성-2는 수천만 년의 세월 동안 항해하는 동안 끝없는 유지 보수와 개조 작업 끝에 맨처음과는 모습이 달라지고 거대해지면서 1대의 크기가 행성 하나에 준할 정도로 거대해지게 되었습니다. 세대 우주선 내부에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데, 식량과 공기, 물 등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생산해낼 수 있는 완전 자동화 공장은 물론이고 필요한 자원을 우주에서 채취하는 인공지능 드론, 우주선의 망가진 부분을 감지하고 자체적으로 유지 보수하는 자가수복 기능까지 갖추어져 있어 커네리들이 수천만 년 동안이나 생존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다만, 단 하나 인공 중력만은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이는 세대 우주선을 워낙 급박하게 만들었던지라 당장의 생존에 필수적이진 않은 인공 중력 기능까지 갖출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우주선 내부는 완전한 무중력 상태이며 커네리들이 무중력 공간에 특화된 진화를 하는 요인이 됩니다.
화성-2는 전 우주를 통틀어서 단 수십 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커네리의 인구는 많아 봐야 1000억을 넘기지 못합니다.
3. 역사
커네리의 역사는 태양계의 4번째 행성, '화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은 생명이라고는 소수의 미생물만이 존재하는 붉은 황무지 행성이지만, 한때 화성은 물과 생명이 충만했던 푸른 행성이었습니다.
커네리들은 화성의 역사 중 상당히 이른 시기인 43억 년 전에 출현하였습니다. 그들은 탄생한 지 불과 수천 년 만에 눈부신 기술 문명을 이룩하였지만, 그에 따라 화성은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져서 바다가 싹 말라버리고 지상은 돌연변이 생명체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지상이 황폐해지자 커네리들은 지하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지하로 이주한 뒤에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 바로 화성의 내부에 잔뜩 매장되어 있던 플루토늄-244를 무차별적으로 채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화성의 자기장이 급속도로 약화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연쇄 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화성의 자기장이 약해지면서 대기가 점차 얇아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그나마 남아 있던 액체 상태의 물마저 완전히 증발해 버리고, 뒤틀린 형태로나마 유지되던 생태계마저 수십억 년에 걸쳐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뒤늦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커네리들은 갖가지 대책을 마련해 보았습니다만,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세계에서 커네리의 기술 발전마저 정체된 탓에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강경책을 쓰기로 마음 먹게 됩니다.
그들은 이웃에 위치한 지구를 침략하여 새 거점으로 삼기로 마음 먹었고, 당시 지구를 지배하고 있던 발루시아 제국과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6600만년 전에 발발한 이 전쟁은 수 세기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예상 이상으로 격렬했던 렙틸리언들의 저항에 지친 커네리들은 운석을 지구에 충돌시켜 발루시아 제국을 무너뜨려 전쟁에서 이기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피로스의 승리에 불과하였습니다. 정작 그들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지구는 소행성 충돌로 인하여 황폐화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결국 커네리들은 지구가 죽음의 별이 되리라 여기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화성-2라는 세대 우주선들을 여럿 건조하여 신천지를 찾아 기약 없는 항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본래는 신천지를 찾기 전의 임시 거처였던 세대 우주선들에는 인공 중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네리들은 우주선 내부를 유영하면서 돌아다녔는데, 항해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커네리들의 끝없는 디아스포라가 시작되었고, 그들의 몸에 크나큰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중력이 없었으니 근력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퇴화되었지만, 대신 중력의 제약에서 벗어나서 뇌가 비약적으로 발달할 수 있게 되어 선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지성과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그들은 굳이 행성에 정착할 필요성이 줄어들어 우주선 바깥에 대한 관심을 끊게 되었고 수천만 년 넘게 자기들 만의 폐쇄적인 삶을 유지하게 됩니다.
수천만 년 넘게 다른 종족들을 중력과 암석 덩어리에 매여 있는 얼간이 취급하여 폐쇄적인 삶을 고수하던 커네리들이었으나,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의 디아스포라도 결국엔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완벽해 보이던 화성-2들의 기능에 하나둘씩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천만 년 전에 제작된 기계들인지라 수리에 필요한 부품들은 전부 오래 전에 단종된 것들이라 수천만 년이나 발전이 정체된 커네리들만의 힘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오던 그들의 도그마를 마지 못해서 깰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미뤄오던 은하연합 회원국으로 정식으로 가입하게 된 것입니다. 비록 은하연합에 가입한 이후로도 아직까지도 기존의 생활방식을 유지 중이긴 합니다만, 이전이라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얼마나 위기에 몰렸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퀘이사의 지적 생명체 대백과